고객은 시스템이 아니라 결과를 원했다

네 번의 유료 파일럿 끝에, 제품을 만들기 위해 먼저 고객의 광고를 직접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첫 번째 변화는 사람이었습니다.

이전부터 알고 지내던 개발자가 있었습니다. 제가 전에 이야기했던 아이디어에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Libera를 함께해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처음부터 회사를 만들지는 않기로 했습니다. 작은 프로젝트로 함께 일해 보기로 했습니다. 여기서 발생하는 매출은 절반씩 나누고, 나중에 법인을 설립하면 지분도 5:5로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혼자 세웠던 첫 번째 가설을 이제 공동 창업가와 함께 검증하게 됐습니다.

문제를 두 번 좁혔습니다

처음에는 기업의 마케팅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기업’도 너무 넓고 ‘마케팅’도 너무 넓었습니다. 고객과 문제가 넓으면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도 정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는 먼저 고객을 온라인에서 제품을 직접 판매하는 D2C 뷰티 브랜드로 좁혔습니다.

처음에는 뷰티 기업이 다른 산업보다 광고비를 가장 많이 쓰고, 마케팅 문제도 가장 클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자료를 확인해 보니 그렇게 단정할 근거는 부족했습니다. 대신 뷰티가 마케팅 의존도가 높은 산업이라는 근거는 있었습니다.

L’Oréal은 2024년 매출의 32.2%를 광고와 프로모션에 사용했습니다. NielsenIQ에 따르면 2025년 온라인 뷰티 판매는 오프라인보다 9배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한국 화장품 수출도 2024년 102억 달러로 전년보다 20.3% 증가했습니다.

대기업 한 곳의 비용 구조를 작은 D2C 브랜드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뷰티는 제품을 알리고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는 일이 매출과 직접 연결되고, 온라인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첫 고객군으로 검증할 이유는 충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다음으로 마케팅 업무를 퍼포먼스 광고로 좁혔습니다.

퍼포먼스 광고는 가설을 세우고, 광고를 집행하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다음 실험을 결정하는 과정의 반복입니다. 많은 실험을 빠르게 실행하고 결과를 잊지 않은 채 다음 판단에 반영하는 일이라면 앞으로 AI 직원이 인간보다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것은 아직 증명된 사실이 아닙니다. 우리가 검증하려는 가설입니다.

첫 채널은 Meta 광고로 정했습니다. Meta가 전체 광고 시장에서 가장 크기 때문은 아닙니다. Instagram과 Facebook은 이미지와 영상으로 제품을 발견시키고, 소재와 소구점에 따른 반응을 비교하기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당시 우리가 직접 실행하며 가장 빠르게 배울 수 있는 채널이었습니다.

네 곳에 파일럿을 팔았습니다

우리는 D2C 뷰티 브랜드를 위한 Meta 광고 운영 시스템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첫 두 곳에는 각각 50만 원을 받고 파일럿을 진행했습니다. 한 곳은 아웃바운드 이메일로, 다른 한 곳은 제가 Threads에 올린 글을 통해 만났습니다.

그다음에는 뷰티 행사 두 곳을 직접 찾아갔습니다. 현장에서 받은 명함으로 연락했고, 두 곳과 추가 파일럿을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가격을 각각 60만 원으로 올렸습니다.

10만 원을 올린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제품뿐 아니라 가격도 가설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고객을 확보할 때마다 같은 가격을 유지하는 대신, 어느 수준까지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총 네 곳에서 유료 파일럿을 진행했습니다.

고객은 시스템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시스템을 잘 구축하면 고객이 계속 사용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파일럿이 끝나갈수록 다른 사실이 보였습니다. 고객이 정말 원한 것은 Meta 광고를 더 잘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었습니다. 툴을 직접 배우고 운영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고객은 누군가가 알아서 마케팅을 실행하고, 그 결과가 매출로 이어지기를 원했습니다.

저는 전환 매출이 발생하면 다음 계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매출이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고객은 광고에 쓴 돈과 바로 발생한 매출을 비교했습니다. 새로운 캠페인과 소재를 검증하기 위해 쓰는 비용도 손실로 느꼈습니다.

처음에는 고객이 광고 실험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그 판단도 다시 검증해야 한다고 봅니다.

실험의 필요성을 설명하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고객이 감당할 수 있는 손실 한도와 중단 기준을 함께 정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제품 원가와 재구매를 반영한 허용 고객획득비용을 계산하지 않은 채 ROAS만 이야기했을 수도 있습니다. 또는 고객에게 실제로 실험을 버틸 현금이 없었을 수도 있습니다.

ROAS 100% 이하도 장기적으로 괜찮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재구매가 일어나더라도 그 고객이 이후에 남기는 이익이 첫 구매의 손실보다 커야 합니다. 이를 판단하려면 원가, 공헌이익, 재구매율과 회수 기간을 함께 봐야 합니다.

우리가 발견한 문제는 단순히 “고객이 마케팅을 모른다”가 아니었습니다.

광고를 운영하기 전에 고객과 함께 어떤 손실까지 감수할지, 무엇을 배우려는지, 어느 숫자가 나오면 계속하거나 멈출지를 먼저 정해야 했습니다.

제품을 만들기 위해 대행을 시작했습니다

파일럿이 끝나기 전, 우리는 별도의 고객을 대상으로 아웃바운드 마케팅을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네 곳과 광고 대행을 시작했습니다. 세 곳은 우리가 정한 핵심 고객인 D2C 뷰티 브랜드이고, 한 곳은 오프라인 뷰티 업종인 미용실입니다.

파일럿 고객이 대행으로 전환된 것은 아닙니다. 새로운 고객을 따로 모집했습니다.

처음부터 대행사를 만들려던 것은 아닙니다. 고객이 원하는 결과를 직접 만들어 보지 않고서는 AI 직원이 어디까지 맡아야 하는지 알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대행을 컨시어지 MVP로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제품이 완성되기 전에 사람이 직접 서비스를 수행하면서 고객이 실제로 거치는 흐름과 반복되는 문제를 찾는 방식입니다.

고객은 어떤 정보를 제공하는가. 어떤 일을 맡기고 싶어 하는가. 무엇은 직접 승인하려 하는가. 광고 성과가 떨어지면 무엇을 먼저 확인해야 하는가. 어떤 판단이 매일 반복되고, 어디에서 예외가 발생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직접 운영하며 기록할 것입니다.

대행 자체가 최종 목적은 아닙니다. 고객 네 곳이 늘어날 때 우리의 노동시간도 네 배가 되는 구조에 머물고 싶지는 않습니다.

지금의 목표는 대행 과정에서 반복되는 업무와 판단을 찾아 하나씩 시스템으로 옮기는 것입니다. 실제 고객이 원하는 결과를 만들면서, AI 직원이 맡아야 할 일을 제품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첫 번째 가설은 더 구체적으로 바뀌었습니다.

“기업의 반복 업무를 맡는 디지털 직원”에서 시작해, 지금은 “D2C 뷰티 브랜드의 매출을 위해 Meta 광고를 운영하는 AI 퍼포먼스 마케터”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 가설 역시 맞는지는 아직 모릅니다.

다음에는 고객 인터뷰와 실제 대행 결과를 통해, 고객이 광고 실험을 주저하는 이유와 계속 비용을 지불하는 조건을 확인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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